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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는 인종 차별적 표현?! 모르고 쓰는 차별적 영어 표현

'말'의 의미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데요.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한 용어가 누군가에게는 차별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오늘 <토익스토리>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기 쉬운 차별적 영어 용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Blacklist, Whitelist)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해소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부에서도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용어를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는데요. 

 

구글, 트위터, JP모건 등 대기업에서도 인종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변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블랙(Black)'인데요. 업계에서는 보안 차원에서 금지된 목록을 ‘블랙리스트(Blacklist)’로, 승인된 목록을 ‘화이트리스트(Whitelist)’라고 부릅니다. 특정 인종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담은 표현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하고 변화하고자 업계에서는 블랙리스트는 '블록리스트(Blocklist)', 화이트리스트는 '얼라우리스트(Allowlist)'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블랙컨슈머 (Black Consumer)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표현하는데요. 사실 해당 용어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단어입니다. 영영사전에도 없는데요.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블랙컨슈머'란 단어와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를 알려주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같은 의미로 ‘Bad Consumer’, ‘Rude Consumer’ 등을 사용한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외국인 (foreigner)

차별 문제는 단순히 피부색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겐 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국내 언론사에서 우리나라 거주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참가자 8명 모두 ‘foreigner’란 단어에서 불편함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외국인’이라는 표현이 실제 외국인에겐 한국 사회에 소속될 수 없다는 부정적, 차별적 의미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단어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그 표현을 달리할 수는 있는데요. 예를 들어 대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Foreiger student)’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국제 학생(International student)’로 표현할 수 있겠죠.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차별과 편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 (handicapped, disabled, impaired)

영어권 국가에서는 몸이 불편한 '장애'를 뜻하는 단어로 ‘handicapped’ 대신 ‘disabled’을 사용합니다. 핸디캡(handicap)이란 단어는 운동 종목에서도 ‘불리함’이 주어졌다는 뉘앙스가 있고, ‘capped’라는 말 자체가 ‘한계’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요. 부정적 의미를 가진 핸디캡과 달리 ‘disable’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able’(가능한)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서도 차별과 편견의 시선이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한편 ‘disabled’보다는 ‘impaired’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평창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장애인 선수를 묘사할 때 ‘impaired’를 쓸 것을 권고했는데요. ‘disabled’에는 ‘~를 할 수 없는’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는데, 조직위는 장애인이 할 수 없는 것을 주목하기보다는, 무엇을 성취했는지 주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비하 표현(disparaging expression)을 바꾸려는 기업의 움직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사전도 영국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성차별적 단어, 예문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요. ‘과격한, 극단적인’을 뜻하는 ‘rabid’ 단어의 용례로 ‘페미니스트(feminist)’란 단어를 넣어 예문을 소개한다든지, ‘잔소리하는’의 뜻의 ‘nagging’의 용례로 ‘아내(wife)’를 언급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삭제되었지만요.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쓰이는 차별적 용어를 찾아내고 없애려는 노력에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는데요. 스위스 종합식품 회사 네슬레는 캐러멜류 제품인 ‘레드스킨스(Red Skins)’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정착한 유럽인이 원주민을 부를 때 쓰던 차별적 표현이 연상될 수 있어 상품명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 식품회사 드라이어스 그랜드 아이스크림도 자사 제품 ‘에스키모 파이’가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이트(Inuit)’을 비하하는 표현임을 인정하고 브랜드명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인종, 장애 문제 외에도 성별, 성적지향성 등 여러 분야에서 차별과 평등에 대한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차별이 사라지기는 어렵겠죠. 다만 그 과정이 우리 사회가 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생각이 곧 말이 되고, 말이 곧 행동이 된다’고 말했는데, 오늘 소개한 내용을 계기로 한 번쯤 자신의 언어 습관을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