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WEST-TOEIC 장학생인 김채윤 님의 WEST 프로그램 합격 이후부터 하우징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도움이 되셨나요? 이번에는 미국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구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가장 좋았던 것과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등등 미국 생활 전반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려고 합니다. WEST 프로그램 또는 미국 인턴십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끝까지 귀 기울여 보세요!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담당
3개월간 LA에 있는 리스 전문 기업 Taycor Financial에서 일하셨는데요. 구직 과정이 궁금해요.
어학연수와 동시에 구직활동이 시작돼요. 수업이 2시에 끝나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이 2시 이후에는 따로 스터디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데요. 참가자와 기업을 매칭해 주는 스폰서가 있어요. 스폰서에서 참가자의 전공이나 직무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알맞은 기업을 연결해 주죠. 그러면 기업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고 지원자와 면대면 또는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고요.
그런데 모든 참가자가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다행히 제 경우에는 지원하는 분야가 수요가 많은 편이어서 가능했지만,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한 참가자도 많았어요. 저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어학연수가 끝나기 전에 일을 구했거든요. 커버 레터를 열심히 쓰기도 했고, 스폰서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하게 전달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목표가 뚜렷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바로 인터뷰를 받을 수 있었죠.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한 사람들이 대체로 인터뷰를 많이 또는 빨리 받았어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Taycor Financial은 기업을 상대로 대출 또는 장비를 리스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예요. 빠르게 성장하는 벤처기업이고요. 저는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켓 고객층을 분석해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했어요. 이밖에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부터 인사 관련 업무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처음에는 업무 프로세스를 잘 몰라서 힘들었는데 표준근무규정(SOP)라고 불리는 문서를 새로 작성하는 일을 하면서 업무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바로 실무에 투입됐고요.
업무할 때 제일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문화 차이가 제일 힘들었어요. 내가 나서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았거든요. 다른 참가자들도 이런 점을 힘들어했어요. 인턴이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고 제가 다닌 회사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기업문화와는 너무 달라서 적응하기 어렵더라고요.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어필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아요.
인턴십 할 때의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6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한 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8시에 회사에 도착해요. 보통 8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데요. 사장님께서 인턴들은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해도 된다고 했지만 다른 직원들하고 교류하려면 같은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8시 출근 4시 퇴근을 지켰어요. 출근하면 일단 커피를 마시면서 직원들과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오전에는 맡은 업무를 해요. 오후에는 그날의 업무를 보고하고 회의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아요. 저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서 통근 시간이 긴 편이었는데요. 만약 서부로 가신다면 면허를 따서 운전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웃음) 특히 장기로 가는 분이라면요.
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셨나요? 인상적인 질문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1대1로 한 시간 정도 했고 특이한 질문은 없었어요. 흔히 말하는 압박 면접도 아니었고요. 한국에서는 이 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 또는 창의성을 평가하는 질문 등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보다 자신의 성격, 가치관, 입사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아주 자세히 물어보더라고요. 인턴 면접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는데 나중에 제가 정직원을 채용하는 면접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똑같았어요.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주신다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일단 처음에 지원할 때 합격 이후에 어떤 직무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해야 해요. ‘일단 가서 뭐든지 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구직 과정이 길어지거든요. 본인의 호불호를 확실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화려해 보이지만 쉽지 않아요"
미국 인턴 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것과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좋았던 건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업무를 배우고 한국과 다른 기업 문화를 경험했다는 거였어요.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고요. 타지에서 일한다는 건 정말 외로움과의 싸움이에요. (웃음)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아프거나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퇴근 이후, 주말의 일상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집이 해변하고 가까워서 동기들하고 해변에 자주 놀러 갔고 외국인 친구들이랑 바람 쐬러 많이 다녔어요.
미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업무 중에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무를 맡고 있을 때였는데요. 보스와 사수가 자리에 없을 때 코딩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지금 네가 하는 프로그래밍 때문에 회사 시스템이 마비됐으니 지금 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하더라고요. 다루는 데이터양이 많아져서 컴퓨터에 과부하가 걸렸던 거죠. 혼날 생각에 다음 날 출근하기가 너무 무섭더라고요. (웃음)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보스한테 불려갔는데 예상외로 혼내지 않고, 웃으시더라고요. “너무 죄송하다”고 했더니 보스가 “네가 이렇게 실수를 해서 내가 전화할 정도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다”라면서 “기죽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실수는 항상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식되잖아요. 그런데 이때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했죠.
마지막으로 WETS 프로그램에 도전하거나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이것만은 꼭 기억하라 또는 미리 준비하라’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첫 번째로 혹시 화려한 면만 보고 결정하는 건 아닌지 자신에게 질문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웃음)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해요 이 점을 꼭 기억하고 각오한 다음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구상해야 하고요.
두 번째로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정말 많이 생겨요. 몸이 아파서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하거나 주차 딱지를 떼서 당장 500불을 내야 하는 등의 일들이요. 이런 일을 미리 대비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비상금을 충분히 확보한다거나 보험을 미리 알아보는 등 최소한의 대비요. 특히 내가 가진 보험으로 어떤 병원에 갈 수 있는지 미리 알아봐야 해요.
마지막으로 확신이 필요해요. 확신이 있어야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친구들은 공채를 준비하는데 나는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이런 걸 감수할 수 있는지 꼭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김채윤 님이 전하는 생생한 미국 생활 이야기 잘 들으셨나요?! '준비한 만큼 누릴 수 있다'라는 말로 김채윤 님과의 인터뷰를 내용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WEST 프로그램 지원하려는 분 또는 해외 생활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계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토익스토리가 응원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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